사라져가는 언어란? – 정의와 기준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한 민족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담고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언어가 점차 소멸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를 ‘사라져가는 언어’ 혹은 ‘위기 언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어떤 언어를 ‘사라져간다’고 정의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UNESCO)는 언어 소멸을 평가하기 위해 몇 가지 기준을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사용자 수, ▲다음 세대에게 전승 여부, ▲공식적인 기록 여부, ▲사회적·정치적 지원 유무 등을 고려한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언어를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 취약한 언어 (Vulnerable) – 어린이들이 해당 언어를 배우지만, 특정 환경(예: 가정)에서만 사용한다.
- 위기 언어 (Definitely Endangered) – 어린이들이 해당 언어를 더 이상 배우지 않는다.
- 심각한 위기 언어 (Severely Endangered) – 부모 세대에서만 사용되며, 젊은 세대는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
- 극심한 위기 언어 (Critically Endangered) – 조부모 세대에서만 일부 사용되며, 사용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다.
- 소멸된 언어 (Extinct) – 마지막 화자가 사망하여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언어.
이처럼 한 언어가 사라지는 과정은 점진적으로 진행되며, 특정한 단계에 도달하면 소멸 속도가 가속화된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경제적·정치적 이유로 소수 언어 사용자들이 대다수 언어(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 언어 소멸이 더 빠르게 진행된다.
현재 사라지고 있는 언어들의 현황
유네스코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언어는 약 7,000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이 3,000명 이하의 화자를 가지고 있으며, 약 100여 개의 언어는 오직 한두 명의 화자만이 남아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21세기 말까지 전 세계 언어의 50~90%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라지는 언어의 분포를 살펴보면, 주로 소수 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언어 소멸 현상이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아마존 지역에서는 브라질, 페루, 콜롬비아 등의 원주민 언어가 빠르게 소멸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의 시베리아 지역에서는 퉁구스어, 네네츠어 같은 언어들이 위기에 처해 있으며,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글로벌화와 도시화로 인해 지역 고유의 언어들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아시아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예외가 아니다. 중국의 소수민족 언어 중 티베트어, 위구르어, 몽골어는 중국 정부의 정책적인 억압으로 인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아이누어(Ainu)와 류큐어(Ryukyuan)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며, 한국에서도 제주어가 ‘심각한 위기 언어’로 지정될 정도로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러한 언어 소멸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사회적 동기 때문이다. 소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주류 언어(예: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를 배워야 더 나은 직업 기회를 얻을 수 있고, 국가의 교육 시스템도 다수 언어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부모 세대의 언어를 배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한 세대가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언어가 소멸하는 것이다.
언어 소멸이 가져오는 영향과 문제점
언어가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말과 문자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가 담고 있던 고유한 문화와 역사도 함께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의 세계관, 사고방식, 전통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에스키모어에는 ‘눈’을 표현하는 단어가 수십 가지 존재한다. 이는 그들이 눈 속에서 살아가는 환경에 맞추어 발전된 언어적 특성이다. 하지만, 만약 에스키모어가 사라진다면, 이러한 독특한 언어적 개념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또한, 언어 소멸은 정체성의 상실을 의미한다. 많은 원주민과 소수민족들은 자신들의 언어를 잃어버리면서 기존의 문화와 정체성을 잃고, 대다수 문화 속에서 동화된다. 이는 문화적 다양성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며, 장기적으로는 세계의 문화적 풍요로움을 감소시킨다.
더불어, 언어가 사라지면 해당 언어로 기록된 전통적인 지식도 함께 소멸할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남아메리카의 원주민 언어 중에는 특정한 약초의 효능과 사용법을 상세히 기록한 단어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해당 언어가 사라지면, 그러한 지식도 더 이상 전해지지 않으며, 이는 인류 전체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사라지는 언어를 기록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네스코는 ‘위기 언어 보존 프로젝트’를 통해 소멸 위기에 놓인 언어를 문서화하고 있으며, 일부 언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 사전이나 데이터베이스로 보존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언어를 되살리는 것은 단순히 기록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결국,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공동체가 다시 그 언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과 사회적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언어 소멸은 단순히 한 가지 언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역사, 정체성까지 함께 잃어버리게 되는 문제이다. 앞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일까? 다음 글에서는 ‘사라지는 언어를 되살리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